인사말

‘살까, 말까.’

고백하건데, 저도 망설였던 적이 있습니다. 한 손으론 들기도 버거웠습니다. 흡사 ‘벽돌’을 연상케 했습니다. 책 뒤표지에 적힌 숫자는 고개를 가로젓게 했습니다. ‘이놈도 결국 책상 위 베개로 전락하고 말겠지.’ 이런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저는 조심스레 원래 있던 서가에 다시 꽂아두고 그곳을 빠져 나왔습니다.

교재를 사기 위해 서점에 들렀던 대학생 시절의 얘기입니다. 수업을 위해 사야할 그 책은 깨나 두껍고 무거웠고, 값도 비싸게 느껴졌습니다. 중고책을 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중고로도 사지 않았습니다. 책이 없어도 교수님 말씀과 판서만 잘 따라가면 B 정도 못 받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대학생들은 교재 도서에 대한 의존도가 더 준 것으로 보입니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교수님의 열강과 무지개빛 절친의 완벽 필기, 켜켜이 쌓여온 퀴즈 족보가 있으니 A+도 문제없을 것입니다. 파워포인트 강의 슬라이드도 있고, 교재 연습문제 페이지도 따로 복사했으니 더 이상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책값은 애인 선물 사는데 쓰고 싶을 수 있습니다.

‘책 없이 공부하는 게 말이 되냐’고 성토하는 분들도 있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그 누구 한 명의 탓만으로 돌릴 수 없습니다. 가장 큰 책임은 출판사에 있을 것입니다. 간추린 슬라이드, 방대한 웹상의 정보 등과 겨뤄 탁월한 지식 전달력을 갖췄다면 책을 교재로 쓰이지 않을 이유가, 사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출판사가 ‘최고의 지식 콘텐츠를 담겠다’는 책임 의식을 갖고 만든다면 책도 독자도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요? 저희가 그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책이 있으면 더 깊고 넓은 학습이 될 거라고, 가르치는 이나 배우는 이 모두 확신을 갖도록 만들겠습니다. 저희가 내놓은 책에는 ‘책값’하는 지식을 쌓겠습니다. 책값 못하면 내놓지 않겠단 각오로 콘텐츠를 다듬겠습니다.

참고로, 책 없이 들었던 그 강의는 제 기억 속에 몇 조각 남아 있지 않습니다. 전 그때를 후회 합니다.


청문각 얼굴마담 류원식

청문각은 ㈜교문사의 이공계열 학술전문서 출판 브랜드입니다.
교문사 홈페이지 www.gyom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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